필자는 음알못입니다.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면 감사하겠습니다.
EDM 페스티벌을 가면 빵빵 터지는 베이스와 드럼 비트와 함께 수많은 레이버들이 펜스를 잡고 헤드뱅잉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EDM을 좋아하여 가끔 머리를 세게 흔들면서 놀다보니 다음날 목관절이 안 좋아져서 한동안 누워버린 적이 많다.
오늘 소개할 장르는 우리들의 넥브레이커 '덥스텝'이다. 덥스텝은 UK 개러지, 투 스텝(2개의 킥 드럼으로 이루어진 음악) 등 하우스의 리듬에 자메이카에서 기원한 덥(Dub) 음악의 요소를 섞은 음악이다. 기존 클럽 음악과는 다르게 비정형적인 리듬과 BPM을 지니고, 특유의 강렬한 타격감의 드럼과 웝웝 소리를 내는 워블베이스가 특징이다.
...우리가 아는 덥스텝 맞아? 시작은 UK 덥스텝!
덥스텝의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위의 음악들을 감상하고 오면 좋을 것 같다. 놀랍게도 위의 두 음악도 '덥스텝'이다. 웝웝거리는 베이스 소리도 없고 생각보다 너무 잔잔한 음색이라 적잖이 당황했을 것이다. 즉, 지금 우리가 아는 덥스텝으로 발전하기까지 해당 장르는 중요한 대격변을 겪었던 것이다.
덥스텝의 시작은 1990년대 후반 런던 남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 본토에서 유명한 UK 개러지에 투 스텝, 레게(덥), 브레이크 비트와 정글을 섞어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다. 당시엔 일종의 UK 개러지 음악으로 인식했으나 2002년 'Forward' 파티를 주최한 'Ammunition Promotions'에 의해 처음으로 '덥스텝'으로 명명된다.
앞서 소개한 두 음악이 바로 초기 덥스텝 음악이다. 초기 덥스텝의 음악은 워블 베이스의 강렬함이 아닌 묵직한 음색과 투 스텝과 레게 리듬에 좀더 집중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의 덥스텝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절제된 느낌을 준다.
Skrillex가 만든 혁명, US 덥스텝
영국에서 시작된 덥스텝은 미국으로 퍼져나가 지속적으로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었다. 2009년 인기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자신의 곡 'Freakshow'에 덥스텝을 차용하기도 했으며 다른 전자 음악 아티스트들도 본인만의 독창적인 덥스텝 사운드를 만들어가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크릴렉스(Skrillex)의 등장으로 차분한 덥스텝이 강렬한 음악으로 180도 바뀌게 되었다. 2010년 그가 릴리즈한 첫 앨범 'Scary Monsters And Nice Sprites'에서 기성 덥스텝에 일렉트로를 추가하고 드럼과 워블 베이스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재해석했는데, 이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어 지금의 덥스텝의 정체성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신구 갈등 그리고 리딤
그래서 스크릴렉스의 등장 전후로 'UK 덥스텝'과 'US 덥스텝'으로 나뉘게 된다. 이에 대한 영향 때문에 덥스텝은 지금까지도 전자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세대/지역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UK파'들은 "시끄럽기만 하고 과도하게 왜곡된 사운드로 덥스텝의 기본을 망친다."라며 지금의 덥스텝을 싫어하고, 'US파'들은 "비트도 약하고 워블 베이스도 없는데 이게 어떻게 덥스텝인가."라며 UK 덥스텝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치 "Football vs Soccer" 느낌이랄까.
그래도 과거의 UK 덥스텝이 부활하여 US 덥스텝의 특징과 결합한 리딤(Riddim)이란 장르가 파생되기도 했다. 리듬의 자메이카 식 발음 'Riddim'에서 유래된 이 장르는 레게 리듬이 강한 'UK 덥스텝'에 워블 베이스를 더하여 US 덥스텝의 트렌드를 따른다.
마치며
덥스텝은 덥스텝 그 자신 뿐 아니라 타 전자 음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힙합 장르의 하나였던 트랩을 본격적으로 EDM과 잘 융합될 수 있게 도왔으며, 퓨처, 프로그레시브, 트랜스 등 하우스 음악의 무드와 결합하여 '컬러 베이스', '멜로딕 덥스텝' 등 '퓨처 베이스'로써 발전하기도 했다.
덥스텝은 짧은 역사임에도 많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전자 음악의 굵직한 한 갈래로 자리잡았다. 비록 예전에 비해 인기가 많이 시들해진 장르라고 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피곤에 지친 당신, 오늘 아침 스포티파이에 덥스텝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하루의 피로를 날리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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