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장르 외전'은 필자가 문득 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거나, 최신 트렌드가 있으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새로 만들었습니다. 얇은 지식이지만 잘 읽어주세요.
'유행은 돌고 돈다'란 말이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속에서 한 시대를 풍미하는 문화 역시 바뀌기 마련이고, 새로운 문화가 기성 문화를 밀어내는 경우도 있는 반면 기성 문화가 발전하여 다시 대세가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모를 수 있는 비주류 음악들이 트렌드에 따라 재발굴되어 새로운 대중 음악의 코드로 차용되는 사례가 많아 지고 있다. 그렇다면 2023년에는 어떤 음악들이 앞으로 우리에게 트렌드로 다가올 것인가? 필자가 최근에 즐겨 듣고 앞으로 유망한 장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Jersey Club (저지 클럽)
90년대 초 볼티모어 클럽에서 유행하는 음악 스타일에서부터 시작하여 뉴저지 인근 언더그라운드 DJ들이 좀 더 격렬하고 신나는 댄스 음악으로 발전시킨 것이 저지 클럽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주목 받지 못하다 2010년대 들어서 사운드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여러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저지클럽 스타일로 음원을 내기 시작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으며, 최근 릴 우지 버트가 저지 클럽 스타일로 신곡을 발매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저지 클럽은 이름 그대로 뉴저지를 기반으로 발전한 전자 음악의 한 갈래로, 힙합, 브레이크, 풋워크/주크, 마이애미 베이스 등을 섞었다. 140 ~ 160 사이의 빠른 BPM에 통통 튀는리듬과 거친 질감의 음색이 특징이고 간혹 들리는 웡키 사운드와 'Bring it Back'과 같은 추임새 샘플로 양념을 친다.
또한 '풋워크/주크'에서 유래된 음악이란 특징답게 스트릿댄스, 클럽댄스에 최적화되었다. 클럽 한 가운데 군중들이 둘러쌓여있고 한가운데로 댄서가 들어가 빠른 BPM에 맞 'Sexy Move', 'Running Man', 'Memphis Jookin' 같은 춤을 춘다.
저지 클럽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여성 프로듀서들의 활약이 크다는 점이다. DJ UNIIQU3는 "춤은 여자가 더 잘 추는데 왜 남자들만 저지 클럽을 만들까?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저지 클럽 음악을 시작했으며, 다른 여성 프로듀서와 함께 해당 장르를 발전시키면서 미국 전역에 유행을 만들게 되었다. 실제로 최대 규모의 저지 클럽 음악 채널 'CLUBJERSEY LABEL'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채널 방문자의 2/3가 여성일 정도로 DJ UNIIQU3를 포함한 여성 프로듀서의 영향력이 큰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에서의 저지 클럽은 아직 생소한 장르지만 의외로 힙합 씬에서 빠른 속도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드릴 씬의 유행과 더불어 후드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점차 신예 힙합 아티스트들이 언더그라운드 스타일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발매하고 있어 조만간 저지 클럽 스타일도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Phonk (퐁크)
퐁크는 멤피스 랩에서 유래되었다. 흑인 빈민가가 많았던 멤피스(Memphis)는 그야말로 칙칙하고 어두운 동네였다. 이러한 동네 정서가 힙합에 반영되어 대체적으로 노래 분위기가 음산하고 기괴하다. 또한 빈민가의 경제 사정과 맞물려 음질이 좋지 않은 TR-808를 이용해 비트를 찍고 오래된 테이프에 녹음을 했는데, 이러한 왜곡된 Lo-Fi 음질이 멤피스 랩의 또 다른 특징이 되었다.
쓰리 식스 마피아(Three 6 Mafia) 등의 멤피스 출신의 래퍼들이 꾸준히 밀어온 멤피스 랩을 기반으로 퐁크(Phonk)로 발전시킨 인물이 바로 스페이스고스트퍼프(SpaceGhostPurrp)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퐁크라고 정의하면서 Funk와 Hip-Hop을 왜곡하고 재정의한 슬랭이라고 설명한다. SGP의 음악은 같은 시기에 활동하던 에이샙 라키(A$AP ROCKY), Lil Ugly Mane, DJ Smokey 등에게 영향을 끼치며 퐁크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러다 2020년대 들어서 퐁크는 대격변을 맞이하게 된다. 앞서 말한 퐁크 특유의 음산한 샘플과 808 카우벨 사운드를 EDM과 결합하여 드리프트 퐁크(Drift Phonk)라는 새로운 장르로 발전하게 되었다. 특히 이러한 장르의 음악과 함께 자동차가 드리프트하는 영상을 삽입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Drift Phonk'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는 쇼츠비디오 플랫폼 '틱톡'을 통해 하나의 밈으로써 인기를 끌게 되었고, 특히 이 시기에 틱톡을 처음 접하게 된 러시아에서 대히트를 치게 된다. 이후 러시아 출신 프로듀서 중심으로 드리프트 퐁크 씬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멤피스 랩/퐁크를 시도하는 래퍼들이 많다. 멤피스 랩의 대표 주자 비프리는 본인의 6집 'FREE FROM HELL'을 통해 처음으로 멤피스 랩을 도입했고, 이후 7집 'FREE THE BEAT'가 청중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멤피스 랩 shit을 활성화시키는 중이다. 여기에 비프리의 레이블 '뉴웨이브 레코즈'의 멤버 권기백, KING SOUTH G를 주축으로 OG Phonk도 하는 등 퐁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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