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음알못입니다.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알려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은 빠르고 강렬한 음악을 좋아하는 상당히 매니악한 전자 음악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최소 140 BPM부터 180, 혹은 그 이상 극단적인 빠른 BPM까지 다양한 템포를 어우르고 상당히 공격적인 킥, 베이스 사운드와 멜로디가 인상적인 장르인 'Hard'에 대해 알아보자. 하드코어 테크노, 하드스타일 그리고 파생 장르까지 다양한 음악들을 여러분들께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광란의 레이브 씬, 하드코어 테크노
하드코어(Hardcore, Hard)는 말 그대로 "빡세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음악 장르든 다른 문화 매체의 장르든 수식어로 Hard가 붙으면 폭력적인 것으로 바뀌게 된다. 록 음악이 빡세지면 '하드코어 락'이 되고 빡센 랩을 하면 '하드코어 랩'이 된다.
테크노도 마찬가지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사이에 영국 클럽 등지에서 기존 테크노에 더 폭력적인 느낌의 사운드를 넣기 시작하면서 하드코어 테크노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특히 90년대는 술과 마약에 취해 현란한 음악에 맞춰 무아지경으로 춤을 추는 파티 '레이브(Rave)'가 성행했고, 하드코어 테크노는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한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06. 정글과 DnB' 편에서 언급한 브레이크비트 하드코어도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했다.
하드코어 테크노의 특징은 빠른 템포다. 최소 140~150 BPM이 가장 느리다고 할 정도로 매우 빠른 BPM을 구성하고 있으며 후술 할 테러코어, 스피드코어처럼 300 ~ 1000 BPM의 극단적인 빠르기를 보여준다. 또한 다른 장르와 다르게 의도적으로 왜곡시킨 킥 드럼, 베이스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청자들을 하여금 무아지경 상태에 빠뜨린다.
하드코어 테크노는 90년대 광란의 레이브 시대 이후에도 다양한 장르와의 결합과 자체적인 발전을 통해 여러 하위 장르로 재탄생해왔다.
하드스타일 (Hardstyle)
하드스타일은 90년대 후반 네덜란드에서 하드코어 테크노, 트랜스에서 파생된 장르다. 140~160 BPM 사이의 BPM, 하드코어 특유의 왜곡된 드럼, 베이스 사운드, 그리고 드럼 뒤에 배치되는 리버스 베이스가 특징이다. 이러한 비교적 간단한 특징 덕분에 여러 아티스트들이 다른 장르의 음악을 리믹스 또는 부틀렉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하드스타일도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밝고 경쾌한 멜로디를 강조한 유포릭(Euphoric), 그리고 초창기 리듬 반복에 집중했던 하드스타일에 영향을 받아 특유의 어둡고 강렬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로스타일(Rawstyle)이 있다.
다른 하드 장르와 비교하면 많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하드스타일을 전문으로 다루는 음악 유튜브 채널과 팟캐스트가 높은 구독자 수를 자랑하고 있고, Defqon.1과 같은 하드스타일 전문 페스티벌이 매년 성황리에 종료된다.
개버 (Gabber)
일명 '꿩꿩이'라고 불리는 개버(Gabber)는 하드코어 테크노의 하위 장르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향후 등장할 하드코어 테크노의 하위 장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장르다. 원래 개버는 90년대 하드코어 테크노와 레이브 문화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사회 현상을 통칭하는 말이었지만, 이후 하드코어의 파생 장르로써 불리게 되었다.
개버는 150에서 200까지 아우르는 빠른 BPM, 극단적으로 왜곡된 신스 사운드와 어두운 느낌의 베이스, 그리고 '꿩꿩' 소리를 내는 특유의 강한 킥 드럼이 특징이다. 이를 기반으로 올드스쿨 개버, 메인스트림 하드코어, 인더스트리얼 하드코어, 테러코어 등으로 분파되었다.
파생 장르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올드스쿨 개버 (Oldskool Gabber)
초창기 개버, 하드코어 테크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빠르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메인스트림 하드코어 (Mainstream Hardcore)
또 다른 말로 누스타일 개버, 하드스타일(특히 로스타일)에 영향을 받아 기승전결이 뚜렷한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개버.
인더스트리얼 하드코어 (Industrial Hardcore)
노이즈코어(Noisecore)로도 불린다. 묵직하게 찍는 듯한 킥과 찢어지는 베이스가 특징이다.
테러코어 (Terrorcore)
190BPM 이상 극단적으로 빠른 BPM과 이걸 들으라고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막나가는 디스토션 사운드를 자랑한다. 여기서 300~1000 BPM까지 끌어올리면 스피드코어(Speedcore)가 된다.
해피 하드코어 (Happy Hardcore)
영국 하드코어 씬에서 유행하는 하드코어 장르에 대해서도 소개하고자 한다. 레이브 씬 유행의 성지인 영국에서 발랄하고 익살스러운 느낌의 '캔디 레이브' 문화를 만들어 발전시킨다. 주로 귀여워 보이는 톤의 의상과 액세서리를 착용하면서 발랄한 춤과 음악을 향유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탄생한 장르가 '해피 하드코어(Happy Hardcore)'다.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UK Hardcore'로 통칭해서 불리기도 한다.
해피 하드코어는 160 ~180 BPM의 발랄한 느낌의 멜로디의 하드코어 음악이다. 브레이크비트 하드코어의 영향을 받아 쪼개지는 브레이크가 삽입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4/4박자 정박 킥을 베이스로 한다. 여기에 레이브의 스텝, 후버 사운드, 보컬 샘플링이 첨가되기도 한다.
여담으로 한국에서도 해피 하드코어 음악을 시도한 아티스트가 있다. 바로 뽕짝의 대명사 '이박사'님이다. 존경합니다
제이코어 (J-Core)
해피 하드코어는 일본 하드코어 테크노 씬에 강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해피 하드코어 특유의 밝고 희망찬 사운드와 일본 동인 음악(특히 리듬게임), 오타쿠 문화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J-Core'라는 독창적인 장르가 탄생하게 되었다. 피아노, 일렉 기타 등 다채로운 사운드, 화려한 멜로디 변주, 그리고 애니메이션 샘플링 등 킷치한 느낌이 J-Core의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덥스텝, DnB, 퓨처 베이스, 저지 클럽 등 다양한 전자 음악과 혼합되어 만들어지기도 한다.
마치며
그 외에도 브레이크비트, 정글과 융합한 브레이크코어, 프랑스 중심으로 발전한 프렌치코어, 이베리아 반도 부근에서 발전한 마키나 등 하드코어는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잔잔하고 깊이감 있는 박자의 음악들도 좋지만, 가끔은 빠르게 달리면서 흥을 돋우는 음악이 끌릴 때가 있다. 하드코어, 하드스타일은 그런 당신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최적의 전자 음악 장르다. 시간 날 때 하드코어와 함께 한 번 빡세게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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