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장르] 03. 힙합

필자는 힙합을 아는 편이지만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빠르게 수정하겠습니다.

21 Savage & Metro Boomin

 

다음 소개할 음악 장르는 힙합이다. 힙합은 한국에서도 대중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장르가 되었다. 매년 쇼미더머니로 인기 있는 힙합 아티스트가 탄생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하고, 딩고 프리스타일 등 유튜브 콘텐츠에서 힙합을 다루기도 한다. 또한 K-POP에서도 힙합의 인기를 실감했는지 힙합의 음색과 코드를 차용하기도 한다.

 

힙합은 미국 흑인 빈민가에서 시작된 음악인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다. 70년대 미국 빈민가에선 흑인들이 디스코와 펑크를 들으면서 엉덩이를 흔들면서 춤을 췄는데, 여기서 Hip Hop이란 말이 생기게 되었다. 또한 몇몇 DJ들은 클럽의 분위기를 신나게 하기 위해 두 개의 턴테이블을 두고 커팅 및 스크래치하는 등 브레이크 비트를 고안하게 되었고, 파티를 신나게 하기 위해 MC들이 마이크를 잡고 미사여구(Yo DJ Pump this Party~)를 뱉게 된 것이 바로 랩(Rap)의 시초가 되었다. 그 외에도 흑인들은 무대 위에 올라와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비트박스를 하는 등 힙합의 문화는 아주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여 지금까지 대중 문화의 한 갈래로 자리잡았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장르로써의 힙합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회 이슈와 엮인 힙합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장기 연재를 생각하고 작성할 정도로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따라서 여기선 장르와 하위 장르 위주로 설명하고 나머지는 '힙합이야기'를 연재할 때 자세하게 다뤄보겠다.

 

 

What is Hip Hop Music?

 

Nas - Nas is Like

 

힙합 음악은 또 다른 말로 랩 음악이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힙합은 랩이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라임이 박혀 있는 가사를 비트에 맞게 플로우를 타면서 뱉는 것을 랩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이모 힙합의 발전으로 싱잉랩이 생기기도 했지만 보통 랩을 뱉을 땐 멜로디가 배제된다. 멜로디가 없고 박자에 맞게 뱉는다는 점에서 다른 싱잉 장르에 비해 창법의 자유도가 높고 가사를 본인이 쓴다는 특징 때문에 주제도 광범위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힙합 음악은 다른 전자 음악과 다르게 뚜렷한 음악적 특징이 없고 타 음악 장르와의 크로스오버가 잦은 것이 특징이다. 애초에 랩이 중심이 되는 음악이기 때문에 4/4박자 하우스 비트든, 밴드 사운드든 랩을 얹으면 바로 힙합 음악이 될 수 있다. 물론 몇몇 힙합 매니아들 사이에서 '이것은 힙합이 아니다.', '근본이 없다.' 등 논쟁의 여지가 생길 수 있지만 랩의 기본(라임, 플로우, 가사, 애티튜드)을 지킨다면 언제든지 힙합 음악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힙합 음악은 지역별로, 시대별로 각자 고유의 특색을 띠며 발전해왔다. 물론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힙합 장르로 자리잡았고 출신 지역과 관계 없이 래퍼 고유의 음악 스타일로 소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장르 이해를 위한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동부 힙합 (East Coast Hip Hop), 붐뱁 (Boom Bap)

 

동부 힙합의 대표 주자 Mobb Deep - Shook Ones, Pt. II

90년대 뉴욕, 디트로이트 등 동부에서 크게 발전한 붐뱁은 80 ~ 100 BPM 사이의 '쿵치타치'의 둔탁하고 강렬한 비트와 반복적인 샘플링이 특징인 힙합 장르이며, 랩의 비중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래퍼들의 가사 역량도 중요시되는 장르다. 가사의 내용 역시 본인의 Real한 삶을 다루거나 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꼬집는 '컨셔스 랩'의 비중이 크다.

 

대표 아티스트 (해외)

The Notorious B.I.G., Wu-Tang Clan, Nas, JAY-Z, Mobb Deep, Puff Daddy, Big L, MF DOOM, Joey Badass 등

 

대표 아티스트 (국내)

피타입, 가리온, 버벌진트, 이센스, 오왼, 나플라, 던말릭 등

 

서부 힙합 (West Coast Hip Hop), 지펑크 (G-Funk)

 

서부 힙합의 대부 Dr. Dre ft. Snoop Dogg - Nuthin' But A G Thang

 

서부 힙합을 대표하는 장르는 바로 지펑크다. 포르타멘토(어떤 음에서 음정이 다른 음으로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것) 방식의 고음의 신디사이저 연주와 강력한 펑크 리듬이 특징인 힙합 음악이다. 갱스터 문화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음악답게 가사의 내용도 마약, 여자, 갱단(블러드, 크립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요즘은 많이 사라진 힙합 장르 중 하나지만 후대에 YG와 같은 아티스트들이 시도하고 있다.

 

대표 아티스트 (해외)

N.W.A, Dr. Dre, Snoop Dogg, 2Pac, Warren G, DJ Quik, YG 등

 

대표 아티스트 (국내)

권기백, 핫산 말릭, Los

 

트랩 (Trap)

 

남부 힙합의 왕 T.I. - Whatever You Like

 

JACKBOYS, Travis Scott - OUT WEST (ft. Young Thug)

 

힙합과 전자 음악의 융합. 현재 힙합 음악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트 스타일이며 K-POP 등 대중음악에 많이 차용되기도 한다. 멤피스, 애틀란타 등 남부 도시에서 크게 발전한 트랩은 묵직한 808 베이스와 드럼과 쪼개면서 빠르게 치는 하이햇이 특징이다. 또한 일렉트로 사운드와 EDM의 기승전결 송폼을 차용했기 때문에 클럽 음악으로의 역할도 한다. 가사의 내용은 보통 마약, 여자, 돈자랑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최근엔 장르의 발전으로 인해 트랩 기반의 다양한 힙합 음악이 등장하고 있다. XXXTENTACION, Lil Peep 등의 아티스트들은 우울한 무드의 샘플과 기타 사운드를 차용하여 '이모 힙합'으로 발전시키기도 했으며, 몇몇 아티스트들은 영국의 그라임과 합쳐 'Drill'이란 장르를 창조하기도 했다.

 

대표 아티스트 (해외)

T.I., Gucci Mane, Lil Wayne, Travis Scott, Future, Migos, Young Thug 등

 

대표 아티스트 (국내)

Dok2, The Quiett, 수퍼비, 사이먼 도미닉, 쿠기, 빌스택스 등

 

래칫 (Ratchet)

 

YG - My Nigga ft. Jeezy, Rich Homie Quan

 

2010년대 힙합 씬을 주름잡았던 장르 중 하나. LA 출신 프로듀서 DJ Mustard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며, 90대 중후반의 느릿한 BPM에 미니멀한 멜로디와 리듬이 특징이다. 한동안 트랩 음악과 함께 힙합 클럽 씬에서 중심이었으나 지펑크처럼 유행이 꺼지고 나서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물론 언젠가 유행은 돌고 돌기 때문에 부활할 가능성은 있다.

 

대표 아티스트

DJ Mustard, Kid Ink, Chris Brown, Tyga, YG, Ty Dolla Sign 등

 

이모 힙합 (Emo Hip Hop)

 

XXXTENTACION - SAD!

 

201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힙합 장르다. 이름 그대로 감성적인 힙합이기 때문에 주로 팝 펑크, 로파이 샘플, 락, 메탈 사운드의 서정적인 멜로디라인을 차용하여 비트를 만든다. 가사의 내용도 매우 감정적이다. 약물, 죽음, 우울, 자기 비하, 사랑과 이별 등 암울한 본인의 모습을 노래한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랩에 멜로디를 섞는 싱잉랩이 탄생하기도 했다.

 

대표 아티스트

Lil Peep, XXXTENTACION, Juice WRLD, The Kid LAROI, MGK, 애쉬 아일랜드, 씨잼, 스키니 브라운 등

 

드릴 (Drill)

Kanye West, Fivio Foreign, Playboi Carti - Off The Grid

 

2020년대 들어서 힙합씬에서 유행을 타고 있는 장르 중 하나다.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힙합 장르인 그라임에서 유래가 되었으며, 특유의 불규칙한 스네어 박자와 808 베이스 변주가 특징이다. 또한 다소 경쾌한 무드의 그라임과 다르게 드릴은 상당히 우중충하고 무거운 무드를 형성한다. 최근 방영 중인 쇼미11에서 선전하고 있는 블라세, 칸, NSW Yoon, 플리키뱅 등의 래퍼들이 소화하고 있는 스타일이기도 한다.

 

대표 아티스트: Pop Smoke, Fivio Foreign, Central Cee, CJ, 실키보이즈, 블라세

 

그 외에도 데스 그립스, XXX 등 실험적인 사운드 기반에 랩을 얹는 '익스페리멘탈 힙합', 비프리 등이 유행시킨 '멤피스 랩(퐁크)', 누자베스 등 재즈 샘플에 붐뱁 드럼을 얹어 만든 '재즈 힙합' 등 힙합의 종류는 굉장히 많다.

 

마치며

힙합은 재밌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른 장르와 결합하여 새로운 힙합이 나와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것이다. 솔직히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지만, 오늘은 "장르"에 대해서만 설명하기로 했다. 더 자세하고 재미있는 힙합 이야기는 반드시 연재할 것을 약속드린다.